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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황당한 일이!!! 한라산 백록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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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종 댓글 0건 조회 260회 작성일 14-12-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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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황당한 일이!!! -한라산 백록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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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의 진한 감동을 간직한 채 애월의 봄날 게스트 하우스에서 5시 반에 일어난다.
전등불도 못 켜고 짐을 챙겨 어두운 바닷가 언덕을 올라 우여곡절 끝에 7시경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시외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도착하니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바람이 세게 불어 영하의 체감을 느낀다.
캐리어를 휴게소에 맡기고 김밥과 식수를 준비해 8시 20분 한라산 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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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들어오니 바람을 막아주고 가끔씩 햇빛도 난다.
한 시간 정도 걸으니 쑥박 대피소,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며 산행의 페이스가 붙는다.
곧장 진달래 대피소를 향해 꾸준히 걷는다.


단풍은 거의 다 떨어져 가지만 마지막 잔엽의 색상은 그 아름다운 자태를 고집한다.
진달래 대피소 조금 아래에서 최병완 부회장, 탁기주 서울 신입회원 내외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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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기주 회원이 따뜻한 컵라면을 사 오셔서 일행은 점심을 나누어 먹고
커피도 마시고 사과까지 황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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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 안내판 기온이 0.6도, 바깥 기온과 거센 바람을 생각하면 정상의 날씨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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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상까지는 2.3km 마지막 피치를 내본다.
그런데 아래에서는 보지 못했던 눈 상고대의 아름다운 모습이 자꾸 길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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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한라산에 첫 눈이 내린 것이다.
한라산 첫눈은 구상나무와 바위 등에 내려 앉아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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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지막 200미터는 마나슬루의 그것과 비슷하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 세찬 바람이 때린다.
얼굴이 얼얼하고 반 장갑을 낀 손가락 부분이 마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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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도착하니 백록담 증명사진 찍는데 줄을 여야만 했다.
아직은 단풍을 생각하고 가을복장을 한 등산객들은 영하의 추위와 거센 바람 속에 줄 서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지만 예까지 와서 인증샷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은 가끔씩 혹독한 시련을 거쳐 더 진한 감동의 백록담을 열어 주는가 보다.
사실 이런 날씨의 정상 경험은 흔치 않을 것이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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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엄청나고 황당한 사건이 터진다.

옆사람의 사진을 찍어 주다가 내 휴대폰을 떨어뜨렸는데 공교롭게도 데크 사이에 빠진 것이다.
공원이 자연 보호와 탐방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발판 데크는 철 레일 위에 두꺼운 나무를 전기 드릴로 보드를 연결, 못을 빼서 나무를 들어 올릴 수 없고 나무 사이가 좁아 손가락 만 겨우 들어갈 공간 아래 삼십 센티 깊이에 빠졌다.

내 생각에는 실수로 백 번을 떨어뜨려도 한 두 번 들어갈까 하는 일이 이런 혹독한 추위에 백록담 정상석 바로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탁기주 회원께 부탁 공원 관리소와 통화한다. 정상 비밀초소의 직원을 찾아가 부탁 하란다.
그 분과 함께 집게와 빠루, 드라이버 같은 장비를 가져와 몇 십분 노력했는데 허사다.

데크 판은 뜯을 수 없고, 나무 사이는 휴대폰을 세워서 들어갈 스페이스 뿐이고, 아래 공간은 다 막아 놓아서 옆이나 앞뒤로도 빼 내올 방법이 없다. 다시 가서 긴 집게와 철사 용접봉 두 개를 가져와서 두 손으로 용접봉을 조정하여 전화기를 집어 올리다가 떨어지기를 몇 번 했다.

그러다가 여기서 기적이 일어 난다.

그런데 왜 기적이란 표현을 썼느냐 하면, 줄을 서 있는 수십 명이 그냥 보고만 있지 도움이 안 되는데(?) 한 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손이 어는데도 맨손으로 강한 집념과 집중으로 도와 주신 결과이기 때문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그만큼 집중하고 노력하면 해결이 된다는 말일 게다.

사실 나는 핸드폰이 데크에 빠지고 아래 위 옆이 막힌 상황과 위로 올라 올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하고는 거의 포기한 맨붕의 상태었다. 그런 절망을 천사같은 한 분이 자기일 처럼 강한 집념과 집중으로 건져 올렸으니 기게 기적이 아니고 무었이 겠는가?

얼마나 고마운지?
사진을 같이 찍고 명함을 건네고 그 분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하산하여 귀가 하면 꼭 고맙다고 인사 해야지 몇 번이나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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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다시 황당한 일이 생긴다.

오늘 아침에 이 글을 쓰다가 이 분께 인사 드리려 전화기를 열어보니 통화 기록이 다 날라 가 버린 것이다. 이 분이 내 전화기로 자기 핸드폰에 전화해서 남긴 것인데 비행기 안에서 아무 생각 없이 전부 삭제를 해 버린 것이다. 무슨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인가?

정상에서 거의 한 시간을 소비하다 보니 비행기 시간이 걱정이 되어서 뛰다시피 두 시간 만에 성판악에 올 정도였으니 정신이 없어 저장을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저 사진에 흰옷을 입으신 분인데 혹시 이 글 보시거든 꼭 연락을 주십시오. 바로 전화 못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한라산, 참 많은 사연이 있는 산,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내 나름 내편으로 해석해 본다.

“이런 악천후에서 한 시간을 백록담 정상에 머물게 해 주신 것은 나에게 백록담의 정기를 듬뿍 받아 가라는 산신령이 뜻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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